가엾은 애정 / 다람 (데미안)
네번째2020. 4. 10. 20:35가엾은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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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눈 마주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속임수에 넘어간 것일지도 몰라.
인간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도록 진화하고 있어.
이게 모두 자연의 큰 그림일지도 몰라.
자연이 온 힘을 써서 가장 완벽한 지성 체를 만들어냈더니
서로를 죽이고 싸우고
다른 존재까지 위협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해치고 있잖아.
이런 인간들이 더는 번식하지 못하도록
우린 자연이 만들어놓은 덫에 완전히 빠져버린 걸지도 몰라.
인간은 이 지구 안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 중 하나일 거야.
외롭게 죽어갈 거야.
인간의 종말 안에서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눈을 보고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엉키고 있지.
불난 집에 기름 붓듯.
동물의 생존 방식 번식 방법과 정반대로 행위를 하는 거야.
우리의 쾌락을 위해서.
사랑이라는, 저 너머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자연의 섭리와 완전히 다르게.
오만한 인간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수억 수천의 생물들이 제자리를 찾고.
지구는 다시 싱그러워지겠지. 진화해가겠지. 우리 없이도.
고작 70억뿐인 개체가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지구 안의 친구들을 위해.
그러니 우린 더 열심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해.
나의 은신처이며, 나의 비밀이며, 나의 피난처인
나만의 싱클레어에게.
너의 친구이며, 너의 비밀이며, 너의 길 안내자인
너만의 데미안이.
*영상에서 쓰인 영화의 장면은 소설 데미안과 무관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후기>
합작에 따로 후기를 쓸 기회가 없어 본문에 추가하고자 합니다.
데미안은 소설 데미안의 세계관 안에서 신적인 존재이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데미안은 소설 안에서 소설 밖의 청년들에게 가르침과 영적인 사고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세계관 안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영적인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빠져나와 싱클레어와 잔디밭에서 뛰어놀길 원했고 함께 성모 마리아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길 원했습니다. 어쩌면 종교와 특정 교리에 무지한 어리석은 해석이자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이 글은 소설 데미안의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제가 보여주는 또 다른 데미안입니다. 세계적인 거장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그럴 리 없음.
소설 데미안의 기승전결이 예전부터 제가 좋아했던 꽃 마리골드의 꽃말-우정, 예언, 가엾은 애정, 이별의 슬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과 많이 닮아 그 중 하나인 ‘가엾은 애정’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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